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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첫 담배로 딱? 다시 고개드는 향기담배
'애들아 담배 피우렴' KT&G의 청소년 노린 마케팅 비난, 미국서는 제조 자체 법으로 막아 ...
경기뉴스인   |   2012-11-14
이번 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세계 176개국의 정부가 한 자리에 모여 '악마의 산업' 담배 산업을 성토하는 국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5차 당사국총회(COP)다. 우리나라는 FCTC 가입 7년 만에 2년마다 열리는 이 회의의 당사국이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흡연에 대배 비교적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정부의 규제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담배회사들 역시 지능화 되고 있다. 특히 국내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갈수록 높아만 간다. 청소년의 건강은 물론 장기적으로 경제·사회적으로도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커피향이 진해서 그런지 어지럼증이 별로 없는 것 같았어요."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중학생 ㄴ군(15)은 최근 KT&G(사장 민영진)에서 출시한 커피향 담배 '레종카페'를 피워본 적 있다고 고백했다.

ㄴ군이 레종카페 출시를 알게 된 것은 지난 7월 편의점 광고를 통해서다. 그는 레종의 짙은 커피색 담배갑을 봤을 때 그동안 봐오던 담배와 구별되는 '색다름'을 느꼈다고 한다.

ㄴ군은 레종카페를 보면서 '시가(cigar)'가 떠올랐다고 한다. ㄴ군이 마치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하거나 마피아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시가를 떠올린 이유는 뭘까.

그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향기'라는 테마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토로했다. A군은 "담배에서 커피향이 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얼마나 강한 향기를 낼까하는 호기심"에 흡연 충동을 겪었다고 말했다. A군은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KT&G가 출시한 향기 담배가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청소년을 '잠재적 고객'으로 타깃 삼은 '미끼' 상품이라는 주장이다.

이 제품은 지난 7월 초 출시 됐다. 특색 있는 커피향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며 레종카페 6㎎은 출시 이후 100일 만에 655만 갑 판매를 돌파했다. 때 아닌 호황이다. KT&G는 지금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청소년들의 건강을 볼모로 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 대해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몇 년 전 사회적 이슈가 됐던 '향기 담배'의 재탕이라는 지적이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측의 핵심은 향기 담배가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발명한 희대의 '발명품'이라는 비난과 맞닿아 있다.

담배 회사들은 수십년간 담배의 위해성을 과일향, 초콜릿향, 캔디향 등으로 물 타기 한다는 금연단체들과의 싸움을 지속해왔다.

국내도 향기 담배 수집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다.

지난 2005년 국내 편의점, 일부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해외에서 수입된 과일, 캔디, 클로버향 담배가 판매되기도 했다.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향기 담배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렌지, 딸기, 복숭아, 멜론 등 각양각색의 과일향은 청소년들을 유혹했다.

심지어 2009년에는 향기 담배를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일부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치다 경찰에 잡히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커졌다.

향기 담배의 효과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청소년들이 흡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대신 오히려 흡연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다고 비판한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향기 담배는 담배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쉽게 잊혀지게 만든다"며 "흡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든다는 데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KT&G의 향기 담배 출시 행렬은 올해 하반기 들어 갑자기 시작됐다. KT&G는 올해 하반기에만 벌써 3종의 향기 담배를 출시했다.

KT&G는 이미 지난해 향기 마케팅을 시작했다. KT&G의 '보헴시가 모히또 스노우팩'는 담배갑을 문지르면 모히또 향을 내는 제품이다.

KT&G는 이 제품에 한정판이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얹었고, 젊은 흡연자들의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며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성공은 결과적으로 KT&G가 본격적인 향기 마케팅에 나서게 된 단초가 됐다.

이 같은 향기 마케팅에서 착안한 KT&G는 올해 하반기 담배 자체에서 향기를 내는 제품을 들고 나왔다.

지난 7월 레종카페 6㎎와 사과향을 내는 천연 멘솔담배 '에쎄센스 애플민트' 제품이 출시됐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레종카페의 1㎎ 제품까지 선보이며 가짓수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15년째 애연가라는 김수연(여·42·서울 서초구)씨는 "향기 담배들이 사실상 젊은 층은 겨냥한 상품이라는 KT&G의 주장에 대해 이견은 없다"면서 "하지만 청소년들은 담배회사에게 '미래의 잠재 고객'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흡연율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성인 남성과 여성의 흡연율은 각각 61.8%와 5.4%였지만 2010년 들어서 40%, 4%대로 각각 떨어졌다.

청소년들이 담배 회사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에 있어서 향기 담배에 대한 연구 관심은 높지만 정책적인 대응은 미진하다. 선진국의 경우 향기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아예 향기 담배를 제조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9년 미 의회가 입법한 '가족 흡연 금지 및 담배 통제법'에 의해 향기 담배를 제조하는 회사에 제재를 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규제가 미약하다보니 국내 대표 담배회사 KT&G는 향기 담배를 이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했다.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 김선중(46·서울 강동구 고덕동)씨는 "담배 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청소년들의 폐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사이에 담배 회사들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담배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KT&G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KT&G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 흡연 문제는 법, 제도상의 문제지 향기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향기가 흡연을 조장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T&G의 최근 행보는 다국적 담배회사에서도 망설이는 향기 마케팅을 통해서 청소년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제 사회에서 이뤄진 담배에 마케팅에 대한 합의를 역행하고 기업과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경영 행태인 셈이다.

담배회사들의 입지는 언제나 굳건하다. 오히려 불황기에는 담배회사들이 든든한 경기 방어주로 꼽힌다.

'상상'이라는 KT&G의 캐치프레이즈는 청소년들의 미래를 앗아가는 빈 구호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담배회사는 끊임없이 시장 개척 중이다. 사실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청소년들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기만 하면 된다. "얘들아 담배를 피우렴." 담배회사는 지금 청소년들에게 호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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